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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쓰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던 습관을 굳이 분석해본 이유

📑 목차

    나는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제자리에 두지 못하고 있었다. 정리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하루 동안 물건을 내려놓는 순간만 기록해 보니 불편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일상 속 미세한 불편을 관찰한 기록이다.

     

     

    나는 스스로를 정리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건이 조금 흩어져 있어도 쓰는 데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고 여겼고, 깔끔함보다는 익숙함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주 쓰는 물건을 찾는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하루에 몇 번씩 끼어들며 흐름을 끊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그 물건들이 특별히 정리가 안 된 것도 아니고, 집이 어지러운 편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분명 어딘가에 두었는데, 바로 손에 잡히지 않는 순간이 계속 생겼다. 이 기록은 정리를 잘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 왜 나는 같은 물건을 계속 다른 곳에 내려놓고 있는지를 하루 동안 그대로 적어본 관찰이다. 물건보다 그 물건을 다루는 나의 흐름을 살펴보고 싶었다.


    1. 항상 쓰는 물건인데 항상 없던 순간

    나는 하루를 시작하며 내가 가장 자주 손에 쥐는 물건들을 떠올려 봤다. 휴대폰, 펜, 노트, 이어폰 같은 것들이었다. 이 물건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쓰이는데, 필요할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있지는 않았다. 책상 위에 있을 때도 있었고, 가방 안에 있을 때도 있었고, 전혀 다른 방에 놓여 있을 때도 있었다.
    그날 아침에도 나는 펜을 찾느라 잠깐 자리를 훑었다.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하려던 생각은 흐려졌다. 나는 그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고 메모했다. ‘9:18, 펜을 찾음’. 이유는 쓰지 않았다. 이유를 붙이는 순간, 기록이 설명으로 바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정리 습관의 문제라고 단정했던 생각

    나는 그동안 이런 상황을 전부 정리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귀찮아서, 성격이 느슨해서, 정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라는 식의 이유를 붙였다. 그래서 가끔 마음먹고 책상을 정리하면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정리를 한 날에도 상황은 반복됐다. 깔끔해진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고, 며칠 지나면 다시 물건을 찾고 있었다. 그날은 이 반복이 정말 습관 때문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정리를 하지 않은 채, 물건을 내려놓는 순간만 관찰하기로 했다.


    3. 물건을 내려놓던 순간의 공통점

    나는 하루 동안 물건을 내려놓는 장면을 여러 번 기록했다. 작업을 마친 직후, 전화를 끊은 직후,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같은 순간들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이미 다음 행동을 생각하고 있었고, 물건을 어디에 두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건은 늘 ‘잠깐’ 내려놓는 대상이었다. 곧 다시 쓸 거라는 생각 때문에 제자리를 찾지 않았다. 이 ‘잠깐’이 쌓이면서 물건은 점점 여러 위치를 갖게 됐다. 나는 이 기록을 보며, 정리보다 흐름이 먼저 끊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4. 제자리가 없는 물건의 특징

    기록을 이어가다 보니 또 하나의 공통점이 보였다.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제자리가 애매했다. 펜은 여러 개였고, 노트는 상황마다 위치가 달랐다. 휴대폰은 손에 들고 있다가 아무 데나 내려놓는 경우가 많았다.
    제자리가 명확하지 않으니, 물건을 내려놓는 기준도 없었다. 그 결과 나는 물건을 찾는 순간마다 짧은 판단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판단이 하루에 몇 번씩 쌓이면서, 생각보다 많은 인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


    5. 물건을 찾는 시간이 흐름을 끊던 방식

    물건을 찾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 그 후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오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나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그 원인을 물건에서 찾지 않았다. 그날 기록을 보며, 물건을 찾는 행동 자체보다 흐름을 복구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6. 제자리를 정하기보다 흐름을 맞추기로 한 선택

    그날 나는 모든 물건의 제자리를 새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물건을 가장 자주 내려놓는 지점 근처에만 자리를 만들어 봤다. 펜은 손이 멈추는 위치에, 노트는 항상 펼쳐지는 방향에 두었다.
    이 작은 조정 이후, 물건을 찾는 횟수는 자연스럽게 줄었다. 정리를 잘해서라기보다, 물건을 내려놓는 흐름과 위치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변화가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7. 물건보다 흐름을 먼저 보게 된 하루의 끝

    하루가 끝났을 때 책상이 눈에 띄게 정리돼 있지는 않았다. 여전히 펜은 눈에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고, 노트도 정확히 각이 맞춰져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물건을 찾기 위해 자리를 멈추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떠올리게 됐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물건을 찾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자체를 불편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잠깐 찾고 다시 앉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사이에 흐름이 끊긴다는 감각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날은 물건을 찾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자, 오히려 내가 평소 얼마나 자주 흐름을 놓치고 있었는지가 또렷해졌다.

     

    나는 책상 위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천천히 생각해봤다. 물건의 개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고, 배치가 극적으로 바뀐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물건을 내려놓는 위치와 내가 움직이는 동선이 크게 어긋나지 않게 맞춰져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하루 동안 반복되며 체감으로 남아 있었다.

     

    이 기록은 정리 습관을 바꾸겠다는 결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물건을 완벽하게 제자리에 두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물건을 찾느라 생각을 멈추는 순간이 왜 반복됐는지는 이전보다 분명히 알게 됐다. 그 원인이 의지나 성격이 아니라, 흐름과 위치의 불일치에 있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음 날에도 책상은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물건이 늘 깔끔하게 놓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물건을 내려놓는 순간에 한 번 더 흐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기록은 그 정도 변화를 남겼다. 눈에 띄는 정리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던 흐름 하나를 맞춘 하루의 기록으로.